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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아파 보여서 병원에 다녀왔다
진단은 신부전. 진행 경과는 제법 되어서 암으로 치면 3기 정도란다
신장 기능이 80%가량 정지되었고, 20%정도 남았다
기대 수명은 의사도 확신할 수 없다고. 길면 6개월~1년
경과가 나빠지면 당장 좋지 못한 일이 일어날 수 있으니 마음의 준비는 해 두란다.
그런 대사는 텔레비전 상에서만 들어봤다. 내가 직접 듣게 될 줄은 몰랐다
온갖 세상이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왜 나는 애가 오래 살라고 말로는 하면서도 행동으로 도와준 적은 없었나?
손으로 긁어주고 머리를 맞대면서 종종 그랬다. 스무살 넘게 살라고. 나 반백살 다 될 때까지 살라고
그건 진심이었다. 그렇게 믿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진심이 아니었던 것 같다.
진심이었으면 말로만 읊조리고 넘어갔을까?
왜 나는 5분 거리에 있는 병원 한 번 데리고 가지 않았나? 건강검진은 사람도 하지 않나
왜 그 흔한 동물 관련 책 한 권 집에 없지? 고양이를 세 마리나 기르는 지인은 집에 관련 서적이 여럿 있다
나는 애를 사랑한다고 하면서 애에게 사랑을 주지는 않았다
그냥 같이 지내면서 밥 주고 용변 치워주고. 빗질 해주고 재워주고. 따뜻하게 해주고 그랬다
그것도 사랑일 수 있지만 부족했다
신부전은 고양이의 주된 사망 원인으로 손꼽히는 질병이다. 물을 싫어하는 고양이들에게 취약한 질병이라고
그래서 보통 5살이 넘어가면 건강검진을 한다고 한다
사료도 건식이 아닌 습식을 먹이고, 영양제도 섞어서 함께 먹인다고
우리애는 이미 오래 전에 5살이 지났음에도 나는 그러한 지식조차 갖지 않았다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듯한 표정을 지으며 자책하는 나를 수의사는 그저 달랬다
느낀 바가 많다
사랑은 본능적인 행위이지만 지속되기 위해서는 이성적 판단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좋아한다고 거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좋아함이 지속될 수 있도록 계획을 세워야 한다.
이 아이가 나에게 어떠한 존재인지 보다 깊게 고찰해보아야 했다. 그리고 고찰의 끝에 나온 답을 어떻게 실행할 것인지 계획을 세웠어야 했다
양육은 어떤 방식으로 할 것인지. 건강은 어떻게 챙겨줄 것인지. 스트레스는 어떻게 관리해줄 것인지. 사료는 무엇을 해줄 것이며 급수는 어떻게 할 것인지.
어떻게 양육할지, 몇 년에 걸쳐 어떻게 계획을 세울지에 대한 고찰이 있어야 했다
그렇지 않고서는 일차적인 감정에 그칠 수 있는지도 모른다
깊은 반성을 하게 된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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