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10년 후의 나에게 보내는 편지를 쓰시오 (60분, 분량제한 없음) 14:40~15:40
고사장은 건물 지하이기 때문인지 예상보다 추웠고, 결시자는 많지 않았다.
내 자리는 맨 뒤, 칠판이 잘 보이지 않을 정도의 강의실 끝 자리였다.
오히려 편했다. 뒤에 사람이 없어서 편한 느낌이었다. 가방도 뒤에 남는 책상 위에 올려놓을 수 있었다.
내가 준비하는 시험의 모범 답안이 무엇인지는 나도 모른다. 애초에 문제 부터가 예측 불허다. 어떤 문제가 나올지가 문제가 아니라 어떤 형식의 문제가 나올지도 예측하기 쉽지 않다. 한 단어만 주어질 때도 있고, 한 음절만 주어질 때도 있다. 상황이 주어질 때도 있다. "내 생애 마지막 보고 싶은 사람은?"이런 식이다. 여러 지문을 던져주고 마지막에 질문을 던지는 경우도 있다.
이번에는 굳이 말한다면 상황이 주어진 경우였다. 10년 후의 나에게 보내는 편지….
준비를 많이 한 유형은 아니다. 무엇보다 글의 형식과 내용에 제한 요소가 많다는 점이 불편했다. 형식은 애초에 편지라고 못 박아 두었고. 내용도 10년 후에 나에게 쓴다는 조건을 충족해야 했다.
그냥 덤덤하게 썼다. 10년 후에 힘들어하고 있을 나에게 보내는 협박 반, 격려 반의 마음을 담아.
그렇게 기차까지 타고 먼 걸음 했던 시험장에서 애를 쓰고 나왔다.
다행히 낡은 화창했고 기분은 나쁘지 않았다.
